‘어른이 주는 술은 괜찮아’. 명절이나 가족모임에서 집안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술을 권할 때 주로 하는 말이다.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한다거나 어른 앞에서 마시는 술은 괜찮다는 인식 때문인데, 한잔의 술이 불러오는 나비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심코 권한 술 한잔, 청소년 ‘문제음주’ 부른다나비효과. 나비의 날갯짓처럼 미세한 변화가 예상하지 못한 큰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청소년에게 술 한잔을 건네는 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행동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한잔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청소년에게 무심코 권한 술은 잘못된 음주습관이 형성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제갈정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가족 행사가 있을 때 음주를 권유받은 경험이 한번 증가할 때마다 문제음주를 경험할 가능성이 16% 높아진다. 문제음주란 폭음을 하거나 위험한 상황 또는 취할 정도로 음주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사실, 술을 마시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자주 노출되면 청소년이 음주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실제로 어릴 적부터 과음과 폭음을 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자녀는 알코올 의존증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무알코올?비알코올은 함께 마셔도 괜찮을까?간혹 맥주맛 음료와 같은 무알코올 제품은 청소년이 섭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무알코올 제품 역시 엄연한 성인용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무알코올 제품은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지 않지만, 술캔과 술병 형태로 만들어져 청소년의 모방심리를 자극하고 음주에 대한 호기심, 더 나아가 충동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시중에서는 비알코올 제품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무알코올 제품과 달리 소량의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청소년은 필히 섭취를 금해야 한다. 흔히 '논알코올'이라고 표기된 제품들이 비알코올 제품에 해당하며, 이 역시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구매가 제한된다.
청소년기에 특히 위험한 음주…부모 역할이 중요해청소년기에는 성인보다 적은 양의 알코올 섭취로도 건강상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청소년기의 음주는 간,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을 주며, 발육부진 등 성장장애를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뇌 전두엽 부위의 성장이 완료되지 않아 학습능력이 저하될 위험도 있다.비행 행동의 시작점이 될 여지도 있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술, 담배 등 유해물질에 중독되기 쉬운데, 이는 가출, 폭행, 절도 등의 사고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 실제로 2007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소년원 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음주와 청소년 범죄와의 상관성 조사’를 살펴보면, 청소년 음주 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8.5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력범죄 위험도가 14.58배로 가장 높으며, 이어서 무면허 운전이나 보호관찰법 위반 등(12.61배), 절도 등 재산범(9.9배)의 순으로 나타났다.이밖에도 청소년기에 음주를 시작하면 알코올 의존자나 남용자가 될 위험이 높으며, 성인기에 암을 비롯하여 고혈압, 간질환, 수면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겪을 수 있다. 술은 우울의 수준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후 우울증을 겪을 위험도 높아진다.이 같은 청소년 음주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모의 음주는 청소년 음주의 역할모델이 되기 때문. 청소년기 자녀에게 술을 권하지 말아야 하며, 음주하는 모습 역시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아울러, 술이 눈에 띄는 곳에 있으면 자녀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안 보이는 곳에 치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와 함께 음주의 위험성을 짚어보는 것도 청소년기 음주 예방에 도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