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호르몬 치료, 가장 효과 좋은 시기는?… 부작용은 없을까
자녀의 키 성장이 더딘 것 같아 성장 호르몬 치료를 찾는 부모들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치료의 효과나 부작용, 비용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아내분비 전문의 송아리 원장(삼성키울성장소아청소년과의원)은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첫해에 가장 효과가 좋고, 장기적으로는 최종 키가 평균 4~6cm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일 밤 자가 주사를 해야 하고, 보험 적용이 안 되면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송 원장에게 성장 호르몬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 적절한 치료 시기까지 종합적으로 물었다.
의학적으로 '키가 작다'는 기준이 있나요?
의학적으로 저신장이라는 건 같은 연령, 같은 성별 아이들 중에서 키가 하위 3백분위수 미만, 즉 -2 표준편차 미만일 때를 말합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같은 연령에 같은 성별인 아이들을 100명을 세워놨을 때 가장 작은 3등 안에 들면 저신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키 숫자만 중요한 게 아니라 성장의 추이도 중요합니다. 한창 잘 자라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 연간 성장 속도가 4cm 미만이거나 성장 곡선이 자꾸 아래로 처지는 불량한 성장을 하는 경우에는 성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키는 유전적 영향이 더 큰가요, 환경적 요인이 더 큰가요?
키는 유전적인 영향이 가장 크기는 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시행된 연구들이나 대규모 메타 분석 결과를 보면 키를 결정하는 것은 약 70~80%가 유전 요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유전적인 부분 외에도 환경적인 요인들도 중요합니다. 영양이나 수면, 운동 습관 그리고 질환 유무 등도 키 성장에 아주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영양 부족이 있다거나 수면 장애가 있다거나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부모님의 키에 비해 작아질 수가 있습니다. 또 반대로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이 뒷받침된다면 유전적인 키 이상으로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녀의 예상 키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부모 중 누구의 키가 더 중요한가요?
예상 키를 산출하는 방법은 손이나 팔꿈치 등을 엑스레이로 촬영해서 골연령(뼈 나이)을 확인해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어린 연령에서는 남은 성장 기간도 길고 사춘기나 급성장 같은 여러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에는 정확도가 점점 더 올라가게 됩니다. 부모님의 키의 기여도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키가 동일하게 반영됩니다.
성장 호르몬 결핍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성장 호르몬 결핍증을 진단하기에 앞서서 기본적으로는 아이의 키와 성장 패턴, 그리고 뼈 나이 검사를 확인합니다. 저신장 아이에서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뼈 나이가 자기 연령에 비해 어린 경우에 성장 호르몬 결핍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또 혈액 검사를 해서 igf-1이라고 하는 성장 인자를 확인해 볼 수 있는데, 그 수치가 현저히 낮은 경우에도 성장 호르몬 부족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 호르몬 결핍을 확진하기 위해서는 성장 호르몬 자극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는 성장 호르몬을 직접 유발하는 약물을 투여해서 성장 호르몬 분비를 자극해 보는 검사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두 가지 약제를 이용해서 성장 호르몬을 유발해 보는데, 자극했을 때 측정된 성장 호르몬의 최고 농도가 모두 10 미만일 때 성장 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합니다. 하지만 이 검사도 위양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보다는 아이의 키나 성장 속도 등의 임상 소견도 함께 고려해야 됩니다.
성장 호르몬 치료는 어떻게, 언제까지 진행되나요?
성장 호르몬 결핍으로 진단되는 경우에는 성장판이 거의 닫힐 때까지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성장 호르몬 치료는 먹는 약이 있으면 좋겠지만, 보통은 피하 주사로 매일 자기 전 부모님께서 자가 주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보통은 체중을 고려해서 용량을 결정하게 되고, 성장 속도나 치료 중에 시행하는 검사 결과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게 됩니다.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키가 얼마나 더 클까요?
성장 호르몬 치료는 기간이나 용량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요. 성장 호르몬 치료는 첫해에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이 시기에 연간 성장 속도가 6cm 전후였다면, 첫해에 8cm에서 많으면 12cm까지도 키 성장 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기적인 추적 연구를 보면 아무 이유 없이 키가 작은 특발성 저신장 아이들에게서도 성장 호르몬 치료를 시행할 경우 최종 키가 평균 4~6cm 정도 더 커진다는 보고들도 있고, 국내외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치료받는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서 치료 기간은 다양하게 결정되는데, 대개는 2년 이상 치료했을 때 성인 키에 이득이 보고되기 때문에 너무 짧게 치료했을 때는 그 이득이 제한적일 수가 있습니다.
성장 호르몬 치료, 부작용은 없나요?
성장 호르몬 치료는 40년 정도 된 치료고 전반적으로는 안전한 치료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물게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적인 검사와 진료가 필요합니다. 경미한 부작용으로는 부종, 관절통 같은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대체로 치료 초기에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사라집니다. 또 경미한 갑상선 기능 저하나 고혈당 같은 대사 변화도 일부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일시적이거나 경미하며, 실제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반면 두개내압 상승, 고관절 이상과 같은 부작용도 발생할 수는 있는데요, 두개내압 상승은 1,000명 중 1~2명 정도에서 발생할 수 있고 두통이나 구토, 시야 흐림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관절 이상도 1,000명 중 2~3명으로 매우 드물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기저질환이 없는 저신장 아동에서 적응증에 따라 적절한 용량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만 치료 중에는 성장 속도, 체중, 혈액 검사 등을 통해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병원은 언제 가는 게 가장 좋을까요? 2차 성징 후에 가면 너무 늦을까요?
앞서 설명드렸던 저신장에 합당한 경우나 연간 성장 속도가 4cm 미만인 경우, 또는 성장 곡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라면 가능한 조기에 소아 내분비 전문의의 진료를 권장합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성장판이 빠르게 닫히기 때문에 성장 호르몬 치료를 해야 되는 경우라면 사춘기 이전이나 사춘기 초기에 진료를 보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사춘기 후반에 이르면 아이들이 크는 속도가 상당히 줄어들고, 치료를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조기 진료가 가장 바람직하며 아이가 작거나 성장이 더뎌 보인다면 미루지 말고 소아 내분비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성장 호르몬 치료 비용은 얼마나 되나요? 보험 적용도 되나요?
성장 호르몬 치료 비용은 아이 체중에 따라 용량이 결정되기도 하고 주사제의 종류나 병원에 따라서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가 다 비급여는 아니며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이 정해져 있습니다. 성장 호르몬 결핍증, 부당 경량아, 터너 증후군, 누난 증후군 등의 질병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보험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성장 호르몬의 급여 적용 대상인지, 혹은 치료가 필요한 적응증인지 판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성장 호르몬 결핍이 아닌데 단순 저신장인 경우에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성장 호르몬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 키 성장을 돕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성장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생활 습관이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른 생활 습관이 중요합니다. 우선 균형 잡힌 영양섭취가 중요합니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d, 철분 등의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수면도 중요한데요, 성장 호르몬은 깊은 수면 중에 파동성으로 분비됩니다. 충분한 수면 시간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필수적인데, 초등학생은 9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 것을 권고합니다. 적절한 운동은 성장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할 수 있어서 성장에 도움 될 수 있습니다. 줄넘기나 농구 같은 뼈에 자극을 주는 운동을 권장합니다.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을 교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조숙증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 수면 무호흡 등의 질환이 있으면 그 자체가 성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치료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성장 속도가 정상화되기도 합니다.